Page 67 중학교 기술가정② 지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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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새로운 변화 쓰는 부모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 아이가 엄마, 아빠와
- 아빠가 보는 육아 휴직의 가치, 정광식 보내는 이 온전한 일 년이 일 억짜리인 거다. 일 억을 써서
아빠가 함께 시간을 보내 주는 것이 최고의 육아라고 생각 물질로 남아야지만, 꼭 눈에 보여야지만 육아를 제대로 하
하고 계시는데 육아 휴직을 생각하고 계신 아빠들에게 해 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걸 과감하게 아이에게 투자하기로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했다. 이렇게요.
지금 육아 휴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인, 그러니까 할까 말
까 망설이시는 아빠가 계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 아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아빠의 모습이 있다면?
다. 만약 아이가 일 년 뒤에 죽는다는 걸 내가 지금 알게 일 억, 일 억 하니까 좀 그렇기는 한데 사실 이완이에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 보시라고요. 예를 들면, 아이가 대단한 아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일 년밖에 살지 못하는 큰 병에 걸렸다는 그런 끔찍한 상상 다만, 요즘 취직,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 시대에 취
이요. 제가 육아 휴직을 고민할 때 실제로 이런 상상을 했 직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한 사람으로서 아이
습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더 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완이를
라고요.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세상에서 내가 어쩔 수 없이 돈을 벌
내 아이가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당장 직장을 그만두 도록 만드는 존재, 나의 개인 시간을 뺏는 존재로 기억하고
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일 년간 아내와 함 싶지 않습니다. 바쁜 세상 속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께 극진히 간호하지 않을까? 그리고 약속대로 일 년 뒤에 알게 해 주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살도록 하는 그런 존재로
아이가 정말 하늘나라로 간다면 지난 일 년이 후회 없는 정 아이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아이를 낳아야
말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만약 일 년 뒤에 기적적으로 병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행복해진다고 믿고 싶습니
이 낫는다고 하면 나의 일 년이 정말 값진 보람된 시간이 다. 그렇게 보면 육아 휴직은 아이가 아닌 저를 위한 시간
되겠지. 약속을 어기고 하늘나라에 가지 않았다고 불평하거 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하고 싶습니다. 물론 회사에는
나 의사를 찾아가 아까운 나의 일 년 물어내라고 따지지 않 비밀이지만요.
겠지.
이런 상상을 해 보니까 회사에서 면직될지도 모른다는 두 아빠의 육아 참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육아 휴직은 무조 진보적이다, 양성평등이다 하며 육아 휴직을 시작한 아빠
건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로서 바람이 있다면 육아 휴직 등 육아 관련 정책들이 양
완이를 병원에 데려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완이가 죽을병에 성평등의 논리가 아닌 오로지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걸렸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그 일 년 동안 이완이는 크게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흔히 ‘이제 여자도 돈을 버는데 남자
아픈 적도 없었고, 죽지도 않았고, 기적처럼 살아서 건강하 라고 애 못 키우냐’ 하면서 아빠 육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밝게 웃는 이 있습니다. 제가 육아 휴직을 하고 엄마와 동등한 조건에서
완이를 볼 때마다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육아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엄마는 아이에게 신과 다름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아빠 육아 휴 없는 위대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열 달을 한 몸으로 지내고
직의 가치에 대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제 아이의 생존을 책임지는 쭈쭈를 그것도 두 개나 가지고 있
가 육아 휴직 전에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아빠가 애 는 엄마를 죽었다 깨어나도 아빠가 따라갈 수 없습니다.
를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지, 아기가 태어나면 다 돈인데 돈 그래서 저는 육아를 책임져야 할 사회 구성원과 육아를
버는 일을 게을리하다니 부모로서 무책임한 거 아니냐?”였 지원해야 할 정부에 두 가지 당부를 하고 싶습니다. 첫째,
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이렇게 육아 휴직 아이는 무조건 엄마가 키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아
일 년 하는 데 일 억이 들어요.” 빠가 아닌 엄마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득이하게 엄
거짓말 좀 보태서 제 연봉이 오천만 원 정도 되고, 아내 마가 키울 수 없다면 반드시 아빠가 키워야 합니다. 왜냐하
도 그 정도 경제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 면 남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의 바탕 위에서
각해요. 만약 직장에 다녔으면 일 억을 벌 수 있는 사람들 아빠 육아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
이 그 일 억을 포기하고 아이와 일 년을 보내기로 했다면 합니다.
일 년 육아하기 위한 대가로 일 억을 쓰는 거 아니냐. 통장 ※ 출처: 한국가정진흥원, 2015.
에 찍히지도 않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런 거에 일 억을
02. 건강 가정을 위한 가족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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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가정지도서2권.indb 65 2017-07-28 오전 10: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