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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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에 들어 스토아 사상은 로마의 귀족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 보편적 교양으로
간주되었다. 스토아 사상이 로마 사회에 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은 디오게네스뿐
만 아니라 당시 키케로처럼 정치권과 유대 관계가 있던 사상가들 덕분이었다.
후기에는 철학의 이론보다는 실천에 대한 관심이 더 부각되었다. 그 이유는 급
05 격한 사회 붕괴와 정치 불안정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네카(Seneca)가 로마 사회에서 엘리트의 길을
걸으며 명성을 얻었던 반면에 노예 출신이었던 에픽테토스(Epiktetos)는 재산이
나 성공에는 무관심한 채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로마의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Aurelius)는 에픽테토스를 존경하면서도 그와는 전혀 다른 삶
10 을 살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 즉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방해받지 않으며 강요받
지 않고 사는 사람은 자유롭다. 그의 충동은 제약받지 않는다. 그의 욕구는 그 목적에 도달 ▲ 디오게네스(Diogenes) 동상 통 속의 철학자
한다. 그의 혐오는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떨어지지 않는다. - 에픽테토스, 『담화록』 로 불리는 그는 평생을 누더기 하나만을 걸
치고 개와 함께 낡은 통 속에서 살았고, 낮에
도 램프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스토아학파의 영향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간주한 스토아학파의 사상가들
15 에게 잘 사는 것이란 바로 자연의 질서, 즉 사물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다.
Q 디오게네스가 낮에도 램프를
들고서 찾고자 했던 ‘사람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부여받았는가? 자유롭게 고귀하게 공경스럽게 행위하라는 운 사람ʼ이란 어떤 사람일까?
것이다. …… 우리의 이익을 가져오고 자연에 따라 행위하도록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
의 종으로서 그들의 신하로서 이 의무에 기꺼이 복종하는 것이 우리의 자연 본성이기 때문이
다. - 에픽테토스, 『담화록』
20 스토아 사상에서 ‘자연에 따라서’라는 말은 ‘이성에 따라서’라는 말과 같았다. 자
연에 따라서 또는 자연과 일치해서 사는 것은 ‘덕에 따라 사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
한 자연법은 장차 등장할 그리스도교 윤리 사상의 바탕이 되었다.
이해하기, 성찰하기
자료
읽기 에픽테토스의 사상: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절름발이 늙은이인 내가 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
가? 만일 내가 꾀꼬리라면 꾀꼬리의 일을 할 것이고, 백조라면 백조의 일을 할 것이다. 하
지만 사실상 나는 ‘이성적 존재’이다. 그러니 나는 신을 찬양해야만 한다. 이것이 나의 일이
다. 나는 그 일을 하고, 그 일을 하도록 나에게 주어지는 한 이 지위를 내버리지 않을 것이
다. 그리고 나는 노래에 참여하도록 너에게 권할 것이다. - 에픽테토스, 『담화록』
도움 글 노예 출신 절름발이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노예’와 ‘자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지혜로운 자만이 자유롭다.”
라는 스토아학파의 핵심 사상을 잘 표현하였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정
신적 자유’인 반면, 그가 말하는 ‘노예’란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서 만든 ‘정신적 부자유’인 것이다.
▲ 에픽테토스
3. 쾌락의 추구를 통해 행복을 달성할 수 있는가? 121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121 2018-08-06 오전 11:3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