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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로 교육의 최근 이론과 최신 동향
가. 진로 교육의 최근 이론
1990년대를 전후로 하여, 기존 진로 이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 이론을 제안하는 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진로 이론이 철학적 사조를 반영해야 하며, 최근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들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객관성에 치중하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주관적
인 의미들을 담아 낼 수 있는 연구 방법들을 개발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기존의 진로 선택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인 파슨스(Parsons)의 ‘특성-요인
이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파슨스 이후 많은 진로 선택 이론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론은 이성의 합리성을 신뢰하며,
충분한 양의 직업 정보들을 수집함으로써 최적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개인에게 심어 주는 내용
이다. 이 이론들은 20세기에 팽배한 논리 실증주의와 환원주의의 전통 이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서, 진로 결정과 발달 과정에 관련되는 소수의 변인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Bloch, 2005; Pryor &
Bright, 2003.).
환원주의 패러다임에 따르면 전체는 부분으로 분리될 수 있으며, 부분의 이해를 통해서 전체의 이해
가 가능하다. 원인과 결과는 직선상에 있기 때문에 원인을 알게 되면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결과를
알면 원인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론적이다.
논리 실증주의 패러다임은 실재란 이해될 수 있고, 가치 중립적이며, 객관적으로 연구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적 가정을 기초로 한 전통 이론들은 이성, 객관성, 합리성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두고 그 외의 영향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Hartung & Blustein, 2002.).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는 파슨스가 직업 보도국을 만들며 개인 특성과 직업 간의 매칭이 가
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에는 변화보다는 안정이, 개혁보다는 보수가 우선시될
수 있었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 한가운데 던져진 개인은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며, 계속되는 선택의 과정 속에서 유연한 적응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직업들이 끊임없이 만들어
지고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한계가 분명한 기존의 진로 이론 대신 새로운 이론이
요구되는 것이다.
1 맥락주의: 개인의 진로 발달 과정에 주목
새로운 이론은 어떤 철학을 반영해야 할 것인가? 학자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맥
락주의적(Young, Valach, & Collins, 1996.)이고 사회·구성주의적이어야 하며(Richardson, 1993.),
복잡한 체제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 이론(Bloch, 2005.)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페퍼(Pepper, 1942.)가 ‘맥락주의’라 이름 붙인 맥락주의적 관점의 기본 개념은 능동적 유기체와 능
동적 맥락 간의 양방향적 관계의 결과로 발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맥락이 개인을 변화시
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맥락을 변화시킨다. 맥락주의는 개인과 맥락의 상호 확장적인 특징을 강
조하고, 환경으로부터 개인을 분리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맥락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며 개인적으로 발생되지만, 맥락을 만드는 개인은 맥락적으로 만들어진다. 즉, 우리가
만드는 맥락은 ‘제한함과 동시에 자유롭게 하는’ 맥락이다. 개인의 발달은 맥락의 일부이며, 개인이 발
달함에 따라 개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힘을 주고, 그 힘을 이끄는 맥락을 구성한다(Blank, 1986.).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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