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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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호를 중시한 실학사상의 의의는 무엇인가?
정약용은 유교 경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당시 조선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성리학 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시도하였다. 그는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경향성이 곧 성(性)이라는 성기호설(性嗜好說)을 제시하여 성을 이(理)로
규정하는 성리학의 기본 전제를 비판하였다. 즉,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은 이법적 실 05
체가 아니라 마음이 지닌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호라는 것이다.
정약용에 의하면 인간 본성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기호가 있고, 동시에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기호가 있다. 인간이 선과 악을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
✽
로 호는 다산이다. 대표적인 저 선택하여 행할 수 있는 까닭은 하늘로부터 자주지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서로는 『여유당전서』 등이 있다.
선을 행하고자 하면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고자 하면 악을 행할 수 있는 자유 의지 10
✽자주지권(自主之權)
를 가진 주체적 존재로 인간을 파악한 것이다.
정약용이 천주교의 영향을 받아
사용한 용어로, 그리스도교에서
창조된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 하늘이 사람에게 자주지권을 부여하여 선을 행하고자 하면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고자
의지’에서 나온 말이다.
하면 악을 행하게 하였으니, 유동적이고 정해져 있지 않다. 그 권한이 자기에게 있기 때문에
짐승들의 마음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선을 행하면 실제로 자신의 공
이 되고, 악을 행하면 실제로 자기의 죄가 된다. - 정약용, 『맹자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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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인간에게 도덕적 본성이 선천적으로 부여되어 있다는 성리학을 부정하
였다. 즉, 인의예지의 사덕(四德)은 복숭아씨나 살구씨처럼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
니라 실제로 이(理)를 실천하면서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인간의 마음속
에는 본래 욕망이라는 기호가 있으며, 욕망하는 마음이 없으면 선이나 악도 할 수 20
없고 일도 공부도 할 수 없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이 정약용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욕망의 절제를 강조한 성리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율성과 능동성을 중시하고,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인간의 주체적
실천을 통한 사회 개혁을 추구하였다.
탐구 비교하기, 성찰하기
활동
성(性)은 ‘이법적 실체’인가, ‘마음의 기호’인가?
맹자는 “인의예지가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고 했는데, 이는 가지와 잎, 꽃과 열매가 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 할 때 측은지심이 생겨도 가서 구해 주지 않는다면 인(仁)이라 말할 수 없으니,
인의예지는 사람의 마음속에 복숭아씨나 살구씨처럼 박혀 있는 것이 아니다.
범은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법률로 범을 죽이고자 논의하지 않는 것은 범의 행동이
마음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와 달리 선을 행할 수도 있고 악을 행할 수도 있다. …… 그러므로 선은 공이
되고 악은 죄가 된다. - 정약용, 『맹자요의』
활동 제시된 자료를 읽고 조선 성리학의 한계와 실학의 의의를 설명해 보자.
58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58 2018-08-06 오전 11: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