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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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눌의 정혜쌍수 의천이 교종의 입장에서 선종을 포섭하려 하였다면, 지눌
은 선종의 입장에서 교종을 융합하려 하였다. 지눌은 “부처가 입으로 전한 것이
곧 교(敎)가 되고, 조사(祖師)가 마음으로 전한 것이 곧 선(禪)이 된다. 부처와
조사의 마음과 입이 반드시 서로 어긋나지 않으니, 어찌 근원을 찾지 않고 각자
익힌 바에 안주해서 망령되게 쟁론을 일으키며 헛되게 세월을 보낼 것인가?”라 05
고 하였다. 그는 이와 같이 쟁론의 무의미함을 주장하면서 선과 교가 본래부터
그 근원이 같은 것임을 밝혀 선교 일치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려 하였다.
지눌 사상의 핵심은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이다. 돈오는
단번에 깨달음을, 점수는 점차적인 수행을 의미한다. 즉, 자신과 부처가 같음을
깨닫는 것은 오랜 수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단번에 이루어진다 10
는 뜻에서 돈오이다. 그러나 본성이 부처와 다름없음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오랜
▲ 지눌(知訥, 1158~1210) 고려 중기의 승
습관과 버릇으로 더럽혀진 나쁜 습성을 한꺼번에 없애기는 힘든 일이므로 점진
려로 보조 국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그의
사상은 당시 침체했던 고려 불교계에 활 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눌은 깨침 이전의 수행은 진정한 수행이 아
력을 불어 넣어 후대에까지도 커다란 영
향을 미쳤다. 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돈오점수에는 깨침이 먼저이고, 그 후에 수행한다는 선오
후수(先悟後修)의 사상이 들어 있다. 15
✽조사(祖師)
정혜쌍수는 깨달음 이후 수행의 구체적 내용으로,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함께
석가모니 이래 전해져 오는 불
심을 체득하여 사람들을 깨달음 닦는다는 뜻이다. 선정은 산란한 마음을 조용하게 하여 마음에 어지러움과 혼란함이
으로 이끌 수 있는 수행과 지혜
없는 것이고, 지혜는 마음에 어리석음이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지눌
를 갖춘 선종의 승려를 일컫는
말이다. 은 정과 혜를 마음과 연관하여 설명하며 정은 마음의 본체, 혜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하였다. 마음의 본체와 작용이 서로 떠날 수 없듯이 정과 혜도 서로 떠날 수 없으니 20
항상 같이 닦아야 하고, 정과 혜 이 두 가지가 바로 수행의 핵심이라 하였다.
탐구 비교하기
활동
‘교관겸수’인가, ‘정혜쌍수’인가?
나의 스승은 “관(觀: 직관 수행) 점수문에 속하는 열등한 수
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고, 경(經: 행이더라도 마음을 다스리는
경전 이해)도 전수하지 않으면 안 데에는 필요하다. 망상이 들끓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교 으면 우선 정(定: 선정)으로 그
관에 지극히 마음을 다하는 것은 마음을 다스려 본래의 고요함
이 말씀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 으로 되돌리고, 혜(慧: 지혜)
기 때문이니, 화엄을 전수하더라 로 멍한 상태를 다스리면 결국
도 관문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 의천, 『대각국사문집』 대자유인이 될 것이다. - 지눌, 『수심결』
활동 1 불교의 수행 방법에서 교종과 선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해 보자.
활동 2 의천과 지눌의 주장을 비교해 보고 두 주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해 보자.
72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72 2018-08-06 오전 11: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