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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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의 윤리 사상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도덕성은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흄의 윤리 사상 흄은 베이컨과 홉스의 뒤를 이어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경험주
단지 느껴지는 것이다.
의적 탐구 자세를 철저히 지켜 나갔다.
과거 서양의 사상가들은 전통적으로 도덕의 문제를 정념과 이성 간의 싸움으로

설정하였고, 이 싸움에서 이성이 승리하는 것이 곧 선이요 덕이라는 입장을 취하였 05
다. 따라서 ‘이성에 의한 정념의 지배’는 오랫동안 서양 윤리학의 공리(公理)와도 같
은 것이었다. 그러나 경험과 관찰을 통한 귀납적 탐구 자세를 중시하는 근대 경험

론이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흄이 인간에 대한 경험적 탐구의 결과로 내린 결론은, 도덕적 판단과 행위에서 중

요한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다. 10
▲ 흄(Hume, D., 1711~1776) 스코
틀랜드 출신의 경험론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따르고 뒷받침하는 이외에 다른 어떤 역할
도 할 수 없다. …… 이성은 우리의 행위에 오직 두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나는
적절한 대상의 존재를 알려 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감정을 움직이게 해 줄 경우이고, 다른 하
나는 인과관계를 밝혀 줌으로써 우리에게 감정의 행사 수단을 제공해 줄 경우이다.
- 흄, 『인간 본성론』 15


흄에 따르면 이성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를 가르쳐줄 수는 있지만
그들을 직접 행위로 인도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이성은 어떤 사실을 인지적으로
확인할 뿐, 칭찬이나 비난을 통해 감정을 움직임으로써 행위를 유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누구나 도둑질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둑은 결코 20

없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둑질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아는 지식이 곧바로 도둑질
을 하지 않는 행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에서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한
데, 행위 유발 능력이 없고 단지 관념적 추론 능력만을 지니는 이성은 도덕의 문제

에서 어디까지나 수동적이고 도구적인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성이 단지 수동적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성에 의해 정념을 통제할 25
수 있다는 과거의 통념 역시 오해일 뿐이다. 또한, 흄에 따르면 도덕적 가치, 즉 선과

악은 객관적 실재라기보다 주관적 느낌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선과 악이란 합리론
자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이성적이고 인지적인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행위를 바라볼 때 느끼는 쾌감이나 시인(是認)의 감정, 또는 불쾌감이나 부인(不認)

의 감정을 표현한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성이란 ‘판단되는’ 것이 아니 30
라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공감 능력 우리의 삶에서 어떤 행위가 사람들에게 쾌감, 즉 그것을 시인하는 감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에게 좋고 유익한 것에 대해 시인하는 감

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로지 남에게만 유익한 것에 대해서도

138 Ⅲ. 서양 윤리 사상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138 2018-08-06 오전 1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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