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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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칸트에 따르면, 선의지는 인간의 유한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의무의 형태를
띠게 된다. 아마도 신처럼 완전히 선한 의지를 지닌 존재에게는 의무가 부과될 필요
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존재는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강요가 없어도 선한 의지를
항상 실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동물과 같이 이성 능력이 결여된 존재에게도 의무
가 적용되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에게는 의무도 명령도 아무런 05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향성 의무라는 개념은 인간과 같이 한편으로는 선의지를, 다른 한편으로는 경향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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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능적
지닌 존재에게만 적용된다. 경향성의 유혹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선의지 쪽을 따
속성으로, 식욕, 성욕, 이기심 등
의 다양한 욕구나 욕망을 가리 라야 한다는 의식이 바로 의무인 것이다. 도덕적 가치를 가지는 행위는 경향성과 무
킨다.
관하게 오로지 그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행해지는 행위이다. 10
도덕 법칙과 정언 명령 행위의 동기로서 경향성의 영향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
✽도덕 법칙 칸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준칙이다. 준칙이란 어떤 행위를 하고자 스스로 결심할 때 따
행위의 도덕성을 정초하는 최고
르는 주관적 행위 원칙을 가리킨다. 칸트에 따르면, 보편화할 수 있는 준칙, 즉 모든 사
원칙이다. 그것은 신을 포함한
모든 이성적 존재자가 따라야 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지닌 준칙만이 도덕적 가치를 지
할 객관적 원칙으로서 행위의
닌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 항상 보편적 입장에 설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15
주관적 원칙인 준칙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도덕 법칙은 언제 어디 우리는 “나의 준칙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법칙으로 적용되어야
에서나 이성적 존재자라면 마땅
한다는 데에 나는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가?”라고 늘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나
히 따라야 할 보편적이고 필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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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선험적인 도덕적 원칙이다. 오게 된 것이 바로 다음과 같은 도덕 법칙이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
라. - 칸트의 첫 번째 정언 명령 20
그렇다면 자연 법칙과 도덕 법칙은 어떻게 다를까? 칸트에 의하면 어떤 결과를 기
대한 행동, 즉 나의 이익이나 나의 행복을 위한 행동은 경향성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경향성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지닌 것으로서 이에 따른 행동
은 자연 법칙에 따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적인 행동은 이러한 행동
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도덕적인 행동은 경향성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경향성을 25
지배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덕적인 행동에는 자연 법칙과는 다른 새
로운 차원의 법칙, 즉 도덕 법칙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자연 법칙이 자연의 모든
사물에 필연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라면, 도덕 법칙은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이 스
스로 세우고 스스로 따르는 법칙이라는 점에서 자연 법칙과 차별화된다.
✽가언 명령 도덕 법칙은 당위이자 의무를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령의 형식을 띤다. 그런 30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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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우리는 그것이 무조건적인 명령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령에는 가언
으로 지시하는 명령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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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과 정언 명령이 있다. 가언 명령은 어떤 조건이 붙은 명령으로서, “만약 네가 A
✽정언 명령
를 원한다면, 너는 B를 행해야 한다.”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A는 B를
어떤 조건도 없이 그 자체가 목
적인 명령을 말한다. 행하라는 명령의 전제가 되는 상위의 목적이다.
144 Ⅲ. 서양 윤리 사상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144 2018-08-06 오전 11:3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