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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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덕 법칙이 가언 명령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우리의 온갖 욕구 ✽자율
도덕 법칙을 스스로 세우고 스스
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충족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전략적 지침이 되고 말 것이다.
로 그것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칸트는 도덕의 최고 원리인 도덕 법칙은 가언 명령이어서는 안 되고 정
언 명령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 법칙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격
05 서의 명령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명령이기 때문이다. 서양 언어에서 존엄은 신에게만
부여되는 표현으로, 인간이 존엄
하다는 말은 그가 신의 속성을
자율과 인간 존엄성 도덕 법칙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이 또 있다.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즉, 인격
이란 신성(神性)의 씨앗을 내포
첫째는 명령을 받는 자와 명령을 하는 자가 동일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한 자를 말한다.
외적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의해 부과되는 것이므로, 도덕 법칙은 타율
✽
이 아닌 자율의 성격을 띤다.
10 둘째는 명령을 받는 자와 명령을 하는 자가 동일하면서도 서로 다른 자기라는 점
이다. 자연 세계에 속한 전자가 자연 법칙, 즉 경향성의 지배를 받는다면, 도덕 세계
에 속한 후자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법칙을 세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자연
세계와 도덕 세계에 동시에 속해 있으면서 자연 세계의 한계를 넘어 도덕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이다.
✽
15 칸트의 자유 개념은 인격 개념으로 연결된다. 칸트에 의해 존엄성을 지닌 것으로
표현되는 인격은 오로지 도덕 세계와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덕 법칙을 세우
고 그것을 따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존엄의
정신은 다음과 같은 도덕 법칙에 잘 반영되어 있다.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결코 단지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
적으로도 대하도록 행위하라. - 칸트의 두 번째 정언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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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
이해하기
자료
읽기 칸트의 윤리 사상: 도덕 법칙과 인간 존엄의 정신
선악의 개념은 도덕 법칙에 앞서서가 아니라, (얼핏 보면 이 개념이 도덕 법칙의 기초에 놓여야 할 것 같지
만) 오히려 도덕 법칙에 따라서 그리고 도덕 법칙에 의해서 규정될 수밖에 없다. - 칸트, 『실천 이성 비판』
인간은 분명히 신성하지 않으나, 그의 인격 속의 인간성은 그에게 신성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모든 피조물
중에서 우리가 의욕을 갖고, 또 우리가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단지 수단으로서 사용될 수 있다. 오직 인간,
그리고 그와 더불어 있는 모든 이성적 피조물만이 목적 그 자체이다. 즉, 그는 도덕 법칙의 주체이며, 도덕
법칙은 그의 자유가 지닌 자율로 인해서 신성한 것이다. - 칸트, 『실천 이성 비판』
도움 글 칸트 윤리에서 선이란 도덕 법칙을 따르는 것이고, 선의지란 도덕 법칙을 따르려는 의지이다. 칸트는 선악 개념을 먼저 규정하지
않고 도덕 법칙을 통해 선악을 규정하였다. 또한, ‘존엄’이란 용어는 대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존엄한 존
재인 인간은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단지 수단으로 취급되면 안 된다. 자연 세계의 모든 피조물이 자연 법칙에
지배되는 반면, 인간은 도덕 법칙의 입법자로서 도덕 세계의 주인이며 마치 신처럼 자유로운 존재일 수 있다.
6.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145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145 2018-08-06 오전 11:3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