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고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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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격물 공부는 몸과 마음에서
한다. 앎은 행함의 시작이요, 심즉리 명대의 왕수인은 주희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심학(心學) 체계를 확
행함은 앎의 완성이다.
립하였다. 왕수인은 주희가 제시하는 격물치지의 주장이 사물의 이치와 나의 마음
을 둘로 분리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인간의 마음이 곧 우주 자연의 이치라는 심
즉리를 주장하였다. “마음 밖에는 이치가 없고 마음 밖에는 어떤 사물도 없다〔心外 05
無理, 心外無物〕.”라는 왕수인의 주장은 이치가 본래부터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다. 이는 곧 사물에 대한 이치를 규명하고 도덕 법칙을 탐구하면서 이(理)를 실천하
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체의 도덕성을 회복해야만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주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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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수인(王守仁, 1472~1528)
치양지와 지행합일 맹자는 일찍이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양지
✽심즉리(心卽理) (良知)라고 하였다. 즉, 도덕 판단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직
마음 그 자체가 하늘의 이치라
관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수인은 사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통해서는
할 수 있는 이(理)와 같다는 사
상이다. 도덕 법칙을 깨달을 수 없고, 도덕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하늘의 이
치로서의 양지가 인간의 욕망으로 어두워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치양지(致良知)
✽
왕수인이 『대학』 8조목에 나오 왕수인에 의하면 마음의 본체인 양지를 실현하는 치양지가 도덕 법칙을 탐구하 15
는 ‘치지(致知)’의 지(知)를 양지
는 방법이다. 사람이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지식의 탐구가 아니라 도덕
(良知)로 해석하면서 만든 용어
이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양지를 확보하고, 양지에 따라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인 앎과 도덕의 실천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지행합일(知行合一)
주희는 앎과 실천이 서로 병행되어야 하지만, 앎과 실천의 선후를 따질 때는 지적
앎과 행함은 서로 구별되는 것
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같다는 인 탐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선지후행(先知後行)을 주장하였다. 이에 비 20
것이다.
✽
해 왕수인은 “앎은 행함의 시작이요, 행함은 앎의 완성이다.”라는 관점에서 지행합
일(知行合一)을 주장하면서 주희의 선지후행을 비판하였다.
탐구 비교하기, 성찰하기
활동
‘사물의 이치’ 탐구인가, ‘주체의 도덕성’ 회복인가?
주희의 주장 격물치지는 사물에 나아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천하의
모든 사물에 나아가 이미 알고 있는 이치를 실마리로 하여 계속 궁구함으로써 마침내 지극한 데까지 이르도록 노력해
야 한다. - 주희, 『대학장구』
왕수인의 주장 격물치지는 내 마음의 양지를 모든 사물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무릇 각각의 사물에서 이치를
구하는 것은 부모에게서 효(孝)의 이치를 구한다는 말과 같다. 부모에게서 효의 이치를 구한다면 효도의 이치는 과연
내 마음에 있는가, 아니면 부모의 몸에 있는가? 가령 효도의 이치가 부모의 몸에 있다면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내 마
음에는 곧 어떤 효의 이치도 없는 것인가? - 왕수인, 『전습록』
활동 1 주희의 학설을 비판한 왕수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읽고, 성리학과 양명학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활동 2 도덕 탐구 방법에 관한 두 입장 중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근거를 들어가며 친구들과 토론해 보자.
50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윤리와사상제출본.indb 50 2018-08-06 오전 11:35:44